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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 17

손실회피 편향이란 무엇인가 — 100원 아끼려다 30분 날리는 우리 뇌의 경제학

이득을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두 배 더 크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는 100원을 아끼려다 30분을 쓰고, 이미 낸 돈이 아까워 더 나쁜 선택을 해요. 이게 개인의 의지 문제일까요, 아니면 5만 년 동안 생존을 위해 뇌에 새겨진 구조가 작용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구조가 지금 우리 지갑과 투자 계좌를 어떻게 갉아먹고 있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1) 통신사 요금제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작년 말, 통신비 명세서를 보다가 잠깐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매달 9만 2천 원씩 내고 있었거든요. 문자 무제한에 데이터 100GB짜리 요금제였는데, 솔직히 문자는 거의 안 쓰고 데이터도 30GB를 넘긴 달이 없었어요. 찾아보니 딱 맞는 요금제가 있었죠. 월 5만 8천 원, 데이터 50GB짜리였는데 1년이면 4..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 바이마르부터 짐바브웨까지, 돈이 휴지가 되는 순간 ㅡ 돈의 세계사(5)

1923년 독일에서는 빵 한 덩어리 값이 아침과 저녁이 달랐어요. 지폐를 난로에 땠는데 — 나무를 사는 것보다 지폐를 태우는 게 더 싸서였답니다. 돈이 돈이기를 멈추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그 순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왔습니다. 1) 할아버지 지갑 속에 있던 오래된 지폐 한 장어렸을 적 할아버지 댁에서 신나게 노는 와중에 서랍을 구경하다가 낡은 지갑 하나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안에는 지폐 몇 장이 들어있었는데 처음엔 외국 돈인 줄 알았죠. 숫자가 너무 많았거든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1950년대 한국 지폐였어요. 화폐 개혁 전에 쓰던 거라 지금은 아무 가치도 없는 종잇조각이 된 것들이라 하시면서 저에게 가지고 놀라고 주셨습니다. 그렇게 귀중한 돈을 받긴 했는데 어디다 썼는지는 기억..

복리의 마법인가 착취인가 : 가계부채 1,978조 시대, 2,000년째 변하지 않는 이자의 구조 ㅡ 돈의 세계사 4편

아인슈타인이 복리를 "세계 8번째 불가사의"라고 불렀다는 말이 있어요. 이해하는 사람은 복리로 돈을 벌고, 모르는 사람은 복리로 돈을 잃는다고요. 근데 이게 마법인지 덫인지는 — 당신이 이자를 받는 쪽인지, 내는 쪽인지에 달려 있어요.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농부도, 지금 가계부채 1,978조를 짊어진 우리도 같은 구조 안에 있습니다. 1) 경매 낙찰 통보를 받던 날 아침집을 경매로 산 적이 있습니다.40대 중반이었죠. 아파트 전세를 전전하다가 "이제는 내 집이 있어야겠다" 싶었던 시기였어요. 마침 부동산 공부를 조금 했고, 경매가 시세보다 싸다는 걸 알게 됐죠. 몇 번 입찰했다가 떨어지고, 어느 날 드디어 낙찰 통보를 받았습니다.그날 기분이 어땠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기뻤다기보다 걱정이 앞섰어..

금리 인상은 어떻게 내 월급에 영향을 주나: 기준금리가 소비와 자산에 작동하는 구조 ㅡ 돈의 세계사 3편

매달 25일, 통장에 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26일엔 대출 이자가 나가고, 카드값이 빠지고, 월세가 나가죠. 분명히 내가 받은 돈인데 — 왜 내 손에 남는 게 없을까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는 게 내 통장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돈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1) 매달 25일 아침, 왜 월급이 내 돈 같지 않을까 월급날 아침은 참 아이러니합니다.통장을 확인하는 순간 잠깐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숫자가 찍힌 그 0.3초 동안은요. 근데 곧바로 시작됩니다. 카드 결제 예정액 알림, 대출 이자 출금 안내 문자, 기타 공과금안내등등... 순서가 너무 빨라서 월급이 들어왔다는 실감이 채 오기도 전에 이미 절반이 예약 출금 상태예요...

종이돈이 금보다 강한 이유: 상평통보에서 달러까지 신뢰의 화폐 경제학ㅡ 돈의 세계사 2편

고려 건원중보는 왜 실패하고 조선 상평통보는 성공했을까요. 당백전 인플레이션부터 2026년 달러 균열까지, 돈이 돈이 되는 단 하나의 조건을 풀었습니다. 1) 어음이 그냥 종이가 되던 날 ㅡ 안산 친구와의 전화몇 해 전, 오랜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군대도 같이 갔던 녀석이에요. 안산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거든요. 그런데 목소리가 평소랑 달랐습니다. 낮고, 무겁고, 뭔가 잔뜩 눌려있는 것 같은 그런 소리였죠."야, 나 큰일 났다. 거래처 어음이 부도났어."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한숨소리만 들렸어요.3,800만 원짜리 어음이었죠. 거래처 사장이 세 달 후에 갚겠다며 써준 약속어음이었는데, 결제일이 됐는데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잔액 부족으로..

돈이 '돈'이 되는 단 하나의 조건: 조개껍데기부터 비트코인까지 ㅡ 돈의 세계사 1편

돈을 모르면 세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지, 왜 내 월급은 늘 부족한지, 왜 열심히 일해도 자산 격차는 벌어지는지 — 그 답이 전부 돈의 구조 안에 있어요. 조개껍데기, 금속, 종이, 숫자 — 5,000년 동안 돈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돈이 돈이 되는 조건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 조건이 뭔지 알면 비트코인의 미래도 보입니다. 1) 세뱃돈 봉투를 처음 쥐던 날 — 돈이 뭔지도 모르면서 소중했던 이유 설날 아침이었어요.아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예요. 할아버지께 방에서 세배를 드리고 나면 할아버지가 빨간 봉투 하나를 내미셨거든요. 저는 그게 뭔지 몰랐어요. 진짜로요. 봉투 속에 뭔가 얇고 빳빳한 게 있다는 건 알았는데, 그게 왜 좋은 건지는 ..

휘발유 1,723원 ㅡ 호르무즈가 막히면 무슨 일이 생길까 — 오일쇼크 53년의 역사와 지금

중동에서 해협 하나가 막혔을 뿐인데, 서울 주유소 가격표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유의 71%를 중동에서 가져옵니다. 호르무즈가 닫히면 그 길이 막히는 거예요. 1973년 오일쇼크 때도 사람들은 "설마 우리나라까지 영향이 오겠어"라고 했습니다.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또 오고 있어요. 1) 주유소 가격표 앞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주유소에 들어가서 가격표를 보는 순간, 잠깐 멍해졌어요.휘발유 리터당 1,723원~!!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1,600원대 초반이었는데 어느새 이 숫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30리터 넣으면 51,690원이에요. 예전엔 4만 원 초반이면 가득 채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5만 원을 넘겨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생각이 이어졌어요. 기름값이 오르면 뭐가 오를까. 배달비가 오르겠지..

인생이라는 오행 순환 ㅡ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끝에서 마주한 장례 비용의 진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걷습니다. 그걸 비극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오행은 그걸 순환이라고 해요. 목(木)으로 자라고, 화(火)로 타오르고, 토(土)로 굳어지고, 금(金)으로 완성되고, 수(水)로 돌아가는 것. 문제는 그 순환의 끝에 평균 1,500만 원짜리 청구서가 기다린다는 겁니다. 1) 목(木) — 자라던 시절, 세상이 전부인 것 같았던...봄에 씨앗이 터지듯, 사람도 그렇게 시작됩니다.학교 가방을 처음 메던 날, 어색하게 교복을 입던 날,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던 날들.... 나무(木)처럼 위로만 자라던 시절이었어요. 뿌리를 내리는 줄도 몰랐죠. 그냥 자라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목(木)의 속성이 그래요. 위로, 위로말이죠. 멈추지 않고 뻗어나가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습니..

결혼의 경제학 ㅡ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날의 청구서

기쁠수록 지갑이 열리고, 뜨거울수록 계산서가 두꺼워집니다. 결혼식 날 웃는 사람 중에서, 그 청구서를 미리 본 사람은 많지 않아요. 1966년엔 동네 사람 모두를 불러 잔치를 치렀는데 — 지금은 그 잔치가 3,600만 원짜리 패키지가 됐습니다. 사랑이 상품이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1) 축의금 봉투 앞에서사람은 누구나 사계절의 변화를 맞이하듯 인생의 생로병사를 겪게 됩니다. 특히 꽃피는 봄이 오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여러 경사가 들려오죠. 또 뜻하지 않은 슬프고 가슴 아픈 비보도 들려옵니다. 바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날이라 불리는 결혼과 삶의 마지막 정리를 뜻하는 장례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 두 가지 삶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다른 그 무엇보다도 글로 남겨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지금부터 인생..

오일쇼크 50년과 100조 원의 기적— 사막 위에 도로를 깔던 아버지 세대가 남긴 것

중동에서 미사일이 날 때마다, 한국인의 주유소 영수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그 중동의 불(火)은 한국에 위기였지만, 동시에 가장 큰 기회이기도 했어요. 50년 전 사막에서 도로를 깔던 그분들이 그걸 증명했습니다. 1) 중동전쟁 속에서 본 1970년대 사막 한가운데요즘 저녁이면 유튜브로 중동 전황을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한나라가 실시간으로 드론과 미사일로 파괴되는 영상들, 긴급 속보 자막들을 보다 보면 마음이 안 좋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합니다. 맘 편히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알고리즘에 뜬금없이 중동 관련 1970년대 한국 중동 건설 현장 다큐멘터리가 추천 목록에 떴습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클릭했죠. 40도가 넘는 사막 한복판에서 곡괭이를 들고 도로를 까는 우리 아버지 세대분들 ㅡ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