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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경제분석

중국 경제 둔화가 한국 수출을 흔든다 — 택배 박스 하나에 담긴 신냉전의 민낯

온고지신(溫故知新) 2026. 3. 4. 11:05

 

택배 박스를 뜯는 순간, 한국 수출의 현실이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12,000원짜리 중국산 3개. 우리가 중국에 파는 건 해마다 줄고 있는데, 중국이 우리 현관 앞까지 배달해 오는 건 해마다 늘고 있어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자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60년 만에 말이죠.

 

1) 국제 배송 택배 박스 3개, 합계 12,000원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현관 앞에 택배 박스가 3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테무에서 주문한 거였어요. LED 센서등,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실리콘 주방 집게였고 하나씩 열어봤습니다. 포장은 좀 허술한데 품질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센서등은 현관에 바로 붙였고, 거치대도 차에 꽂아보니 딱 맞았어요.

3개 합쳐서 12,000원.

 

전부 Made in China. 제조에서 포장, 국제 배송까지 다 해서 개당 4,000원이라는 건데, 이 가격에 마진이 남는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았어요. 쿠팡에서 비슷한 걸 찾아봤는데 같은 종류가 2~3배 비쌌습니다. 국내 유통 단계를 거치면 그렇게 되는 거겠죠.

그런데 박스를 정리하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중국에 물건 파는 건 해마다 줄고 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봤거든요. 그런데 중국이 우리한테 파는 건 이렇게 택배 박스째로 밀려들어오고 있잖아요. 중간 유통도 없이 공장에서 내 현관까지 직배송으로요.

 

한때 중국은 한국이 만든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나라였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소재를 우리가 보내면 중국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팔았어요. 그게 한중 무역의 기본 구조였죠. 지금은요? 완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한국 소비자한테 직배송하는 나라가 됐어요. 이 역전이 대체 어디서 시작됐고,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건지 그 과정을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파일명: temu_delivery_boxes_made_in_china_korea_consumer_2026.jpg Alt 태그: 2026년 테무 택배 박스 중국산 직배송 한국 소비자 물가 수출 역전 현실 사진
2026년 테무 택배 박스 중국산 직배송과 대한민국 수출 역전 현실 무역 수지 분석

 

 

2) 대중 수출, 추락의 5년 ㅡ 숫자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

2-1.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 변화 ㅡ 22.8%에서 18.1%로

결론부터 말할게요.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5년 연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이 2025년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그 하락 곡선이 뚜렷해요. 2022년 22.8%, 2023년 19.7%, 2024년 19.5%, 그리고 2025년 9월 기준 18.1%(KOTRA 상하이무역관, 「중국 경제 및 한중 무역통상 현황」, 2025). 3년 만에 4.7% 포인트가 빠졌습니다. 숫자로는 별것 아닌 것 같죠? 금액으로 보면 다릅니다. 2025년 9월까지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1,991억 달러, 무역수지는 10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어요.

 

더 심각한 건 수출 품목의 변화입니다. 한국의 대중 10대 수출품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합성수지 등의 증감률이 전부 마이너스였어요. 반대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산업용 전기기기,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은 오히려 플러스를 기록했습니다(KOTRA, 같은 자료). 우리가 팔던 걸 중국이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걸 역으로 우리한테 팔고 있는 겁니다. 내 현관 앞 테무 박스가 바로 그 증거였던 거죠.

2-2. 수출 7,000억 달러 돌파의 그늘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는 게 있어요. 2025년 한국 수출 총액이 사상 최초로 7,097억 달러를 돌파했거든요(산업통상자원부, 「2025년 수출입 동향」). 역대 최고치입니다. 2026년 1월에도 658.5억 달러를 기록하며 1월 기준 최고치를 또 경신했어요. 전년 대비 33.9% 증가한 거죠.

수출이 잘 되는 거 아니냐고요?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이 성장의 대부분을 반도체 하나가 끌어올리고 있어요. 2026년 1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02.7% 급증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5%까지 올랐습니다(관세청, 「2026년 1월 수출입 현황」). AI 관련 수요가 폭발한 덕분이에요. 하지만 반도체를 빼면요? 삼일 PwC 경영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수출 회복이 일부 업종에 편중되고, 가계 지출 여력 개선이 더딘 점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성장률 증가는 무리"(삼일 PwC, 「2026 경제전망」, 2025.12)라고 단정 지어 말했어요. 반도체라는 한 다리로 서 있는 구조인 거죠.

 

 

3) 중국은 왜 한국 물건을 덜 사게 됐을까 — 둔화의 해부

3-1. GDP 5%라는 숫자의 속사정

"중국 경제? 아직 5%씩 성장하잖아." 이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맞습니다. 중국의 2025년 실질 GDP 성장률은 5.0%를 기록했어요. 2024년과 동일한 수준이죠(한국은행, 「중국 2025년 경제성장률 5.0%」, 2026.1).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분기별로 쪼개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1분기 5.4%, 2분기 5.2%, 3분기 4.8%, 4분기 4.5%. 분기가 지날수록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IMF는 2026년 중국 GDP 성장률을 4.5%로 전망했고, 무디스는 2026~2030년 평균 3.8%까지 내다봤어요(IMF, 「China Article IV Consultation」, 2026). 중국 내부에서도 31개 성급 지역 중 18개가 2026년 GDP 목표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더 이상 숫자를 높여 잡을 자신이 없다는 신호예요.

 

소비는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둔화됐고, 고정자산 투자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했어요. 부동산 시장 침체는 장기화되고 있고요. 한국은행 보고서가 짚은 핵심은 이거였습니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두드러지고, 부동산·지방정부 부채구조적 취약성이 잠재되어 있는 상황"(한국은행, 같은 자료)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중국 내수가 식는다는 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팔 물건이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5년 연속 떨어진 배경에는 미중 갈등뿐 아니라 이 내수 둔화라는 더 근본적인 체온 저하가 깔려 있는 겁니다.

3-2. "중국 기업들이 더 잘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한국을 따라잡고, 일부 분야에서는 넘어섰다는 거예요.

 

2026년 1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주요 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 자료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자동차(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로봇, 반도체 등 3대 산업 분야 경쟁력에서 한국이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난 거예요. 반도체만 놓고 보면, 가치사슬 8개 평가 항목 중 칩 R&D, 완제품 생산, 제품 서비스, 자국 내 수요 등 4개에서 중국이 앞섰습니다. 세부 30개 항목 중 19개, 그러니까 63.3%에서 중국 우위라는 결과였어요(산업연구원, 같은 자료).

 

KOTRA 상하이무역관의 분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타 국가, 지역으로 향하는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KOTRA, 같은 자료)고 분석 내렸죠. 중국이 우리한테 덜 사는 게 아니라, 살 필요가 없어지고 있는 겁니다.

4) THAAD 그리고 7년 — 한중 무역의 변곡점을 다시 본다

4-1. 한한령, 그날부터 뭔가 달라졌다

잠깐, 시계를 7년 전으로 돌려볼게요.

2017년 3월, 경북 성주에 THAAD(사드) 배치가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비공식 경제 보복이 시작됐어요. 한한령(限韓令)이라 불린 이 조치는 뉴스에선 '문화 교류 제한'이라고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한국 콘텐츠 방영 중단, 그리고 롯데마트 중국 내 112개 점포에 대한 사실상의 영업 정지처분이었죠.

 

당시 화장품, 자동차, 유통, 관광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어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48% 급감했고, 면세점 매출은 한순간에 쪼그라들었습니다. 대중 수출 증가율도 급락했어요. "중국 시장은 영원하다"라고 믿었던 기업들이 처음으로 '중국 리스크'라는 단어를 경영 보고서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THAAD 이전까지 한중 무역은 매년 확대되는 게 당연한 흐름이었거든요. 1992년 수교 이후 25년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전제였죠. 그런데 그 당연함이 하루아침에 깨졌습니다.

4-2. 한한령 그 후, 복구되지 않은 것들

2024년, 롯데마트는 중국 마지막 점포를 매각하며 정말 철수했습니다. 99개 매장을 통째로 정리한 거예요. 한국 화장품의 대중 수출은 THAAD 이전 수준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어요. 현대차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7.4%에서 2025년 1%대로 추락했고요. 한때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외국차가 현대·기아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돌이켜보면 THAAD는 방아쇠였을 뿐입니다.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 내수 시장의 자급자족화, 미중 갈등의 구조화등 이 모든 것이 이미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었어요. THAAD가 그걸 한꺼번에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겁니다. 7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가 한중 무역의 진짜 변곡점이었어요. "팔 수 있을 때 팔자"에서 "팔 곳을 바꿔야 한다"로 인식이 전환된 시점이었습니다.

5) 미중 디커플링의 최전선 — 12,000원짜리 박스가 말하는 것

5-1. 세계 경제가 쪼개지고 있다 ㅡ 복잡한 이혼, 미중 디커플링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규모는 THAAD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2026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렇게 표현했어요. "미국과 중국 경제가 복잡한 이혼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산업, 기술, 안보 전반에 걸친 구조적 분리라는 거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145%까지 올렸고, 중국도 맞대응하고 있어요. 미국의 첨단기술제품(ATP) 수입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2014년 46.4%에서 2024년 16.3%로 30% 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한국무역협회, 「글로벌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구조 변화 및 시사점」, 2025).

 

결국 한쪽에선 미국이 중국을 밀어내고, 또 다른 한쪽에선 중국이 독자 노선을 세우고 있어요. 양쪽 다 "같이는 못 간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5-2. 한국은 그 사이에 서 있다

문제는 한국이에요.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클러스터에 속하는 정보통신·바이오 분야와 중국 클러스터에 속하는 전자·생명과학·광학 분야에 동시에 걸쳐 있습니다(한국무역협회, 같은 자료). 양쪽 다 우리한테 물건을 사주는 고객인데, 그 고객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중소기업중앙회가 2026년 1월에 실시한 조사 결과가 이 딜레마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한국 중소 제조업체의 68%가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경영상 주요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었고, 42%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응답했어요(중소기업중앙회, 「공급망 재편 영향 조사」, 2026.1).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약 3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내 현관 앞 12,000원짜리 택배 박스가 사실은 이 디커플링의 최종 산출물이에요. 중국 공장이 한국 소비자한테 직접 팔 수 있게 됐다는 건, 중간에 끼어 있던 한국의 유통·제조 단계가 생략됐다는 뜻이거든요. 대기업은 미국과 중국에 각각 법인을 세우고 양쪽에 대응할 수 있어요. 하지만 2·3차 협력사, 그러니까 우리 경제의 허리를 이루는 중소기업들은 그런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6) 화극금(火克金)의 경제학 — 불이 쇠를 녹이는 무역 질서

여기서 음양오행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입니다. 병(丙)도 화(火) 요, 오(午)도 화(火). 화가 두 겹으로 쌓인 해예요. 오행에서 금(金)은 질서, 규칙, 완성된 체계를 뜻합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이후 미국이 만든 자유무역 질서 — WTO 체제, 달러 기축통화,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촘촘한 구조가 바로 금(金)의 질서였어요. 한국은 그 질서 안에서 수출로 먹고살아온 나라이고요.

 

화극금(火克金), 불이 쇠를 녹입니다. 지금 미중 갈등이라는 뜨거운 화(火)의 기운이 60년간 유지된 무역 질서(金)를 녹이고 있어요. 관세 145%, 공급망 분리, 기술 수출 통제 — 이 모든 것이 금(金)의 질서 위에 불을 지피는 행위입니다. 과거 1966년 병오년에도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개발이 본격화됐어요. GDP 성장률 12.7%, 수출 증가율 42.3%를 기록한 해였죠(IMF Historical Data, 1966). 60년이 지난 2026년 병오년, 그때 세운 수출 구조 자체가 지금 재편의 불길 속에 있는 겁니다.

 

물론 이건 철학적 해석구조입니다. 어떤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해석하고 미래에 펼쳐질 일들을 구조화하고 예상할 수 있는 사고실험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현상의 주요 원인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안보화, 중국 내수 구조 변화 같은 구체적 변수들이죠. 콘드라티예프 파동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새로운 기술혁명(AI)의 봄이 시작되는 시점인데, 그 봄이 화(火) 위에서 오고 있다는 거예요. 뜨겁지만 방향이 갈리는 봄인 거죠. 누구에겐 기회의 계절이고, 누구에겐 도태의 계절이 되는 봄이라 할 수 있습니다.

 

7) 반도체는 구원투수인가, 시한폭탄인가

7-1. 모든 걸 가리고 있는 하나의 숫자

2026년 1월 수출 통계를 다시 들여다볼게요.

 

658.5억 달러. 역대 최고 1월 실적이에요. 전년 대비 33.9% 성장했습니다. 중국향 수출도 46.7% 급증했어요. 이 숫자만 보면 "뭐가 문제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성장의 엔진을 뜯어보면 반도체 하나가 102.7% 폭증하면서 나머지를 전부 끌어올린 구조예요(관세청, 「2026년 1월 수출입 현황」).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9.5%를 차지했는데, 이건 전년도 같은 달보다 9.6% 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AI 서버 수요가 쏟아지면서 생긴 특수한 상황이에요.

 

반면 미국향 자동차 수출은 13% 감소했고, 기계류 수출은 34%나 줄었어요. 관세 효과가 직격탄을 날린 겁니다. 반도체를 빼면 한국 수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7-2.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린다면

더 걱정되는 건 반도체 자체의 안전성이에요.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미국 첨단기술제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전자 부문 9.4%를 빼면, 정보통신 3.8%, 바이오 0.7%로 존재감이 미미합니다(한국무역협회, 같은 자료). 전자 한 분야에 수출 역량이 집중된 구조인 거예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은 미국 수출통제의 직접 대상이에요. 장비 반입 허가, 기술 이전 제한 — 하나하나가 한국 반도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들이죠.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것처럼 반도체 세부 30개 항목 중 이미 19개에서 중국이 우위에 있다면(산업연구원, 같은 자료), 시간이 갈수록 이 반도체라는 구원투수의 팔도 지쳐갈 수 있어요. 반도체마저 흔들리면, 한국 수출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겁니다.

8) 수출 체질 개선, 가능한가 — 이미 움직이는 기업들

8-1. 탈 중국은 이미 시작됐다

비관만 할 일은 아니에요.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거든요.

 

2025년 수출 구조를 보면 미국향 수출이 29.5% 증가했습니다. 동남아와 인도 쪽 수출도 확대되는 추세예요. 현대차는 2025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LG에너지설루션과의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동시에 짓고 있습니다. 공급망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겠다는 전략이에요.

 

정부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2025년 11월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급망 협정에 공식 서명했고, 2026년 정부 예산에는 공급망 R&D에 2조 3,000억 원,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에 8,500억 원이 편성됐어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42%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답한 것도(중소기업중앙회, 같은 자료) 현장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8-2. 그래도 남는 질문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있어요. 중소기업이 베트남이나 인도로 생산 기지를 옮기려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그 돈은 누가 대나요. 안산 시화공단에서 30년 넘게 뿌리내린 2차 협력사가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건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사실상 사업을 접고 다시 시작하는 거거든요. 현지 인력 교육부터 품질 관리 시스템 재구축까지, 최소 2~3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동남아와 인도가 중국의 인프라와 숙련 노동력을 정말 대체할 수 있을까요. 수출이 둔화되는 속도를 내수 시장이 흡수할 체력이 한국 경제에 있나요.

 

삼일 PwC가 지적한 것처럼 "디지털·AI·방위산업 등 자본·기술 집약 부문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내수·서비스·중소기업 부문은 부진한 흐름이 지속"(삼일 PwC, 같은 자료)되고 있다면, 이건 개인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입니다.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팔고, 중국이 한국에 택배를 보내는 구조. 그 구조가 지금 양쪽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60년 전에도 수출 상대가 바뀌었고, 60년 후에도 바뀔 거예요. 바뀌지 않아야 할 건 — 흔들릴 때 그 변화를 읽는 눈입니다.

 

어젯밤 또 테무 알림이 울렸어요. "장바구니 상품 가격이 내렸습니다."

12,000원짜리 박스 3개를 뜯으며 시작한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중 수출 비중 22.8%에서 18.1%로의 추락, 반도체 하나에 기대선 수출 구조, THAAD 이후 7년째 회복되지 않는 상처, 미중 디커플링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까지요.

 

60년 전 1966년 병오년, 한국은 일본에서 부품을 사 와서 조립하는 나라였어요. "메이드 인 재팬" 부품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한국은 중국에 부품을 팔아서 성장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또 30년이 흐른 2026년, 중국은 직접 만들어서 한국 소비자한테 택배로 보내는 나라가 됐어요. 역할이 바뀌었을 뿐,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구조" 자체는 60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1966년엔 우리가 조립만 했어요. 2026년엔 반도체와 배터리를 쥐고 있습니다. 손에 든 카드가 다르다는 거죠.

택배 박스는 앞으로도 계속 올 겁니다. 멈출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박스 안에 든 것이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인지, "우리가 굳이 만들 필요 없는 것"인지 — 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해요. 불은 태우기도 하지만 단련하기도 합니다. 화(火)의 기운이 두 겹으로 쌓인 병오년, 이 뜨거움이 한국 수출을 태울지, 단련할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택배 박스 말고 또 다른 경로 — '차이나머니'가 한국 부동산에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간 10년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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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사항]

본 글은 개인적 분석과 의견일 뿐,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음양오행 해석은 동양 철학의 순환론적 세계관을 경제 현상에 적용해 본 하나의 사유 실험이며, 과학적 예측 방법론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투자 전 반드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1. KOTRA 상하이무역관, 「중국 경제 및 한중 무역통상 현황」, 2025 — 대중 수출비중 추이, 10대 수출품 증감률
  2. 산업통상자원부, 「2025년 수출입 동향」 / 관세청, 「2026년 1월 수출입 현황」 — 수출 총액 7,097억 달러, 2026년 1월 실적 
  3. IMF, 「World Economic Outlook / China Article IV Consultation」, 2025-2026 — 중국 2026년 GDP 4.5% 전망 
  4. 산업연구원, 「중국제조 2025 주요 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 2026.1 — 3대 산업 경쟁력 역전 데이터 
  5. 중소기업중앙회, 「공급망 재편 영향 조사」, 2026.1 — 68% 리스크 인식, 42% 다변화 추진 
  6.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글로벌 첨단기술제품 공급망 구조 변화 및 시사점」, 2025 — ATP 시장 점유율 변화 
  7. 삼일 PwC 경영연구원, 「2026 경제전망」, 2025.12 — 산업 양극화, 수출 편중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