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및 문의 면책 조항 개인정보 처리방침

온고지신 경제분석 56

호르무즈가 막힌 날, 중국의 에너지 생명선이 끊어지다 — 이란 공습이 중국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이유

이란을 버리면 에너지 동맹이 무너집니다. 미국과 등지면 수출 시장 절반이 사라져요. 호르무즈가 닫히면 공장이 멈춥니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겠다던 나라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진짜 시험대예요. 1) 주유소 가격표 앞 ㅡ 예상이 현실이 되어버린 날주유하러 들렀다가 가격표를 보고 순간 놀랐습니다.중동 분쟁 뉴스가 연일 나오길래 '이러다 기름값 오르겠다' 싶었거든요. 막연한 예측이었어요. 설마 벌써 오르겠어했는데 실제로 오른 거예요. 리터당 숫자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또 그렇잖아요. 올릴 땐 팍 올리고, 내릴 땐 찔끔찔끔 내리는 주유소의 고질적인 행태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중동지역에 평화가 찾아와 국제유가가 떨어진다는 뉴스가 나와도 주유소 가격은 몇 주씩 높은 채로 버티다가, 이슈가 발동해 ..

차이나머니가 한국 부동산을 사들이는 진짜 이유 — 달러 패권 균열이 만든 자본 대이동

중국에선 외국인이 땅을 살 수 없습니다. 토지는 국가 소유니 까요. 그런데 한국에선 중국인이 여의도 3배 넓이의 제주도 땅을 갖고 있어요. 이 비대칭의 뿌리를 따라가면 달러 패권의 균열이 보입니다. 돈이 흐르는 방향을 읽으면, 다음 10년의 지도가 그려져요.1) 신대방동 척추병원, 반은 한국 사람이 아니었습니다예전에 신대방동에 있는 꽤 이름난 척추 전문병원에서 의사는 아니지만 지인의 권유로 병원관리업무를 잠시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병원 규모가 제법 됐고, 환자도 많았어요. 제가 관리를 할 당시만 해도 병실이 모자라 건물의 비어있는 1개 층을 병실로 개조해서 환자를 받을 정도로 성업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분들 상당수가 한국어가 아닌 중국말..

중국 경제 둔화가 한국 수출을 흔든다 — 택배 박스 하나에 담긴 신냉전의 민낯

택배 박스를 뜯는 순간, 한국 수출의 현실이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12,000원짜리 중국산 3개. 우리가 중국에 파는 건 해마다 줄고 있는데, 중국이 우리 현관 앞까지 배달해 오는 건 해마다 늘고 있어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자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60년 만에 말이죠. 1) 국제 배송 택배 박스 3개, 합계 12,000원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현관 앞에 택배 박스가 3개가 쌓여 있었습니다.테무에서 주문한 거였어요. LED 센서등,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실리콘 주방 집게였고 하나씩 열어봤습니다. 포장은 좀 허술한데 품질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센서등은 현관에 바로 붙였고, 거치대도 차에 꽂아보니 딱 맞았어요.3개 합쳐서 12,000원. 전부 Made in China. 제조에서 포장, 국제 배송..

달러 다음은 위안화인가 — 한국 반도체가 패권 전쟁의 키가 된 이유 (달러 패권 3편)

달러가 흔들리면 당연히 위안화가 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뀔 때 기존 강자의 후계자가 뻔히 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1944년에도 파운드 이후가 달러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거든요. 다음 통화 질서의 승자가 누구인지보다, 그 전환 과정에서 누가 살아남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1) 아버지와 나눈 밥상 대화얼마 전 주말 저녁에 아버지와 밥을 먹는데 뜬금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야, 중국이 세계 1등 되면 우리도 중국 돈 써야 하는 거 아니냐?"신장이 안 좋아 주로 누워서 생활하시는 아버지께서 뉴스를 보다가 어딘가에서 들으셨던 모양이에요. 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깐 생각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딱 맞는 말도 아니었거든요. "아버지, 중국이 1..

금값 5,000달러의 비밀 — 중앙은행이 금을 사는 진짜 이유 (달러 패권 2편)

중국·러시아·인도 중앙은행이 조용히 금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자산 투자가 아니에요. 달러가 세상의 언어였다면, 금은 그다음 문법을 준비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1) 호르무즈가 닫힌 월요일 아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026년 3월 2일, 월요일입니다. 지난 금요일 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에 경고를 날렸어요. "어떤 배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라고 말이죠. 해협의 선박 통행량이 하루 만에 70% 급감했고, 주요 해운사들이 호르무즈 운항을 중단했습니다(NYT, 2026.2.28; CNBC, 2026.3.2). 오늘 아침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하루 만에 8% 넘게 뛰었고, 금값은 온스당 5,390달러를 찍었죠..

달러는 왜 종이인데 금처럼 대접받나 — 80년 패권의 비밀과 균열의 징조

1997년, 달러 한 장 만져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인생이 달러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달러가 뭔지 몰라도 달러의 지배를 받는 게 지금 세계의 구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할 때 — 그걸 패권이라고 합니다. 그 패권이 지금 흔들리고 있어요. 다음엔 무엇이 올까요? 1) 노량진 도서관, 옆자리가 하나씩 비어가던 기억1997년 가을이었어요.노량진 고시촌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시절입니다. 아침에 문 열릴 때 들어가서 밤에 닫힐 때 나오는 매우 단조로운 생활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같이 알고 지내던 동료 옆자리가 하나씩 비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거예요. 이야기가 돌았죠. "아버지 회사가 부도났대." "형이 구조조정 됐다고 고향 내려갔어." "결혼 약속했던 선배가 파혼했대...

3·1절로 읽는 100년 경제 독립의 성적표 ㅡ 1919년 쌀가마 빼앗기던 나라가 2026년 반도체 세계 2위가 됐다

1919년 우리가 되찾으려 했던 건 태극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쌀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 내 땅에서 번 돈을 내가 쓸 권리, 그게 경제 독립이었어요. 100년이 지난 2026년,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독립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독립했을까요? 숫자가 말해줍니다. 1) 삼일절 아침, 쌀 한 가마의 기억 ㅡ 할아버지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오늘 아침 달력을 보다가 잠시 멈칫했습니다. 3월 1일, 삼일절입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챙겨 온 날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할아버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갑자기 뚜렷하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할아버지께서는 열심히 논농사를 지었는데, 가을 수확철이 되면 일본 순사들이 마을에 나타나 쌀을 가져갔다고 하셨..

음반산업 60년 붕괴와 재탄생 ㅡ 음원 스트리밍 월 9,900원의 경제학

음악은 공기처럼 자유롭다"라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는 매달 9,900원을 냅니다. 1966년 병오년엔 레코드판 한 장이 월급의 8%였고, 2006년 병오년엔 MP3가 음반 산업을 통째로 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 병오년, 무제한 스트리밍 9,900원 뒤에 가수들은 곡당 0.5원을 받고 있어요. 숫자는 왜 이렇게 흘러왔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저렴하다'라고 느끼는 그 음악 뒤엔 누구의 이야기가 있을까요? 71년생이 소니 워크맨부터 스포티파이까지 온몸으로 통과하며 정리한, 음반산업 60년 변천사입니다. 1) 소니 워크맨, 이승철, 그리고 9,900원 — 71년생이 통과한 음악 소비의 세 시대 저는 1971년생입니다.이 한마디가 오늘 글의 출발점이에요. 지금 AI세대들에 비하면 구식시대를 살..

대졸 초임 60년 변천사, 꿈과 현실의 간극 — 병오년 타임슬립으로 읽는 첫 월급의 경제학

과거 1997년 IMF라는 거대한 파도는 갓 사회에 발을 내디딘 우리 세대의 원서 뭉치를 종잇조각으로 만들었죠. 공무원 시험의 긴 터널을 지나 어머니의 장삿길을 이어받기까지, 저의 청춘은 '설렘'보다 '생존'에 가까웠습니다. 6,000원에서 260만 원으로 몸집을 불린 첫 월급봉투는 과연 우리 후배들에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주고 있을까요? 1) 대졸 초임 6,000원 시대 ㅡ 60년 성장의 열기 변천사 이맘때가 되면 꼭 생각나는 장면이 있어요. 졸업 가운을 반납하고 나오던 날, 교문 앞에서 부모님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 한 장이 생각납니다. 어머니 표정이 그렇게 환하셨어요. "이제 네 세상이야." 그 말 한마디를 저도 진짜로 믿었거든요.그런데 딱 1년 후였습니다. 1997년 11..

2026년 펫코노미 월 20만원 시대: 1966년 ‘마당 개’에서 2026년 ‘가족’이 된 반려동물의 60년 경제학

새벽 6시,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13년 차 초롱이의 눈빛은 더 이상 동물의 그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독한 현대인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동반자의 깊은 위로입니다. 1인 가구 35.5% 시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2026년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펫코노미(Petconomy)'라는 거대한 경제 동력이 되었습니다. 60년 전 마당 구석에서 집을 지키던 '개'가 어떻게 월 20만 원의 케어를 받는 '존재'가 되었는지, 병오년(丙午年)의 뜨거운 화(火) 기운이 바꿔놓은 인간과 동물의 운명적 관계를 추적해 봅니다." 1) 13년 차 노견 초롱이가 가르쳐준 '조건 없는 존재'의 힘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초롱이 녀석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처음엔 꼬리를 미친..